교실 안의 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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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안의 탐정 <애거서 크리스티>
교사는 다재다능함을 넘어 때론 '만능'을 꿈꿔야 하는 존재다. 겉보기에 평온하고 조용한 교실 속에서도 실은 보이지 않는 긴장감과 시선들이 오고 간다. 교실이야말로 숨은 전쟁터인 것이다. 눈빛 하나로 누군가를 소외시키지는 않는지, 조그만 속삭임이나 툭 던진 한마디가 새로운 사건과 사고의 시작이 되지는 않을까 살피느라 나의 촉은 늘 팽팽하다. 평화로운 일상의 이면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탐정 같은 감각. 이쯤 되면 교사란 수업은 기본이고 보육자, 탐정, 진로 안내자, 때로는 여행 가이드까지 겸해야 하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의 미묘한 눈빛, 교실 구석에 쓰여진 작은 낙서, 단톡방 댓글들의 숨은 냄새까지 맡아야 하는 직업. 듣기만 해도 피곤함이 몰려오지 않는가. 완벽한 알리바이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 사이에서, 두꺼운 돋보기를 들고 매일 '진심'이라는 증거를 찾는 일 말이다. 대학 시절,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에 빠져 도서관 한쪽 선반 전체 그녀의 소설책을 모두 섭렵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의 소설은 기묘하게 얽힌 장치와 덫 때문에 마지막까지 범인을 예측하기 힘든 특유의 매력이 있다. 영화로도 유명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만 해도 그렇다. '범인은 바로 이 사람이야!'라고 확신하며 페이지를 넘겼지만, 결국 범인은 한 명이 아니었다. (결말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더 이상은 말하지 않겠다!) 책장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과연 절대적인 선과 악은 존재하는가? 이 살인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학교라는 무대에서도 매일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비단 학교폭력만이 문제는 아니다.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혹은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그 무게가 덜하거나 더하지도 않다. 한번은 지갑 도난 사건이 있었다. 한 학생이 범인을 목격했다며 제보를 했고, 지갑 속 액수까지 정확히 말해서 철썩같이 유일한 목격자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반전이 있었다. 범인은 바로 그 제보자였다.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사실을 털어놓았고, 그동안 차마 '내가 범인이다' 말하지 못해 목격자의 가면을 쓴 것이다. 나는 여전히 예리하게 파고드는 추리소설이 좋다. 그 취향은 교실로 이어진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혹시 수업 중에 놓친 점은 없는지 예민하게 살핀다. 지식 전달의 수업도 좋지만,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아이를 붙잡고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더욱 재미있다. 옆 반 선생님은 "그 아이와 말을 한번 섞으면 끝이 없을 텐데, 대단하세요!"라며 혀를 내두르시지만, 내가 하는 일은 사실 가만히 들어주며 그저 "그래?", "아, 진짜?" 하고 맞장구만 칠 뿐이다. 말하는 게 직업인 나는 듣기만 해도, 아이는 신이 나서 제 속을 조잘조잘 털어놓는다. 그 흐름 속에서 아이의 심리와 행동을 조용히 파악한다. 그렇게 마음을 얻은 아이는 결국 내 수업을 잘 듣는 조력자가 된다. 내 편을 1명 더 만든 셈이다. 나는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속 유능한 탐정은 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교실'이라는 밀실 안에서, 겉으로는 조금 어리숙해 보일지라도 아이들의 마음을 예리하게 기록하는 '아마추어 탐정'에 더욱 매력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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